2021년 개인전 60화랑2021-03-05T20:06:16+09:00

Project Description

2021년 개인전 60화랑

2021.03.02~04.16

[아트경기X오픈갤러리] 이윤정: 붓 대신 끈을 이용해 동양화를 그려요

11월 다섯 번째로 소개할 아트경기 작가는 이윤정 작가입니다. 이윤정 작가는 붓 대신 끈을 이용해 자연의 모습을 담아내는 실험적인 작업을 합니다. 작가는 여러 색상의 끈들을 조합하여 꽃, 바위, 산 등을 만들어냅니다. 또한 작가는 레이스 끈에 안료를 적셔 한지에 찍어낸 뒤 칼로 그 부분만을 잘라 완성한 것으로 일반적이고 전통적인 수묵채색화와는 다른 느낌을 자아냅니다. 작가에게 있어 끈은 붓 대신 작업을 하는 수단이기 이전에 인간의 삶을 비유하는 도구라고 합니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2718037&memberNo=856760

채석강

나는 한지 위에 먹물 묻힌 레이스 끈을 찍어 그 흔적을 겹쳐서 바위와 산을 그린다.

한지 위에 찍힌 레이스 끈의 흔적은 일종의 동양화 준법인 셈이다.

흔적은 흐느적거리며 쌓이고 쌓이며 단단해져서 바위가 된다.

그 위에 채색과 레이스 끈의 꼬임과 접힘을 강조하는 점들을 무수히 겹쳐 칠하고 찍으면서 바위와 산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여기서 나는 특히 바위의 층들에 주목한다.

수 만년에 걸쳐 각기 다른 자연 조건과 환경에 의해서 퇴적되고 압축되고 깎인 모양, 이것이 바위와 지형의 독특한 특징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 한 층은 건조하고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온갖 새들과 동물들의 분비물로 만들어졌고 그 아래 층은 깊고 깊은 심해에서 엄청난 압력을 받으며 해초와 물고기들의 흔적이 들어있으며, 또 그 아래 층은…..

우리는 그 모든 세월의 흔적을 바위의 층에서 본다.

그 층들이 모여서 독특한 바위의 형상을 만든다.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각 층마다 새겨진 환희와 슬픔과 절망과 희망, 두려움….

그것이 모인 것이 각자의 독특한 특성이 된 것은 아닐까?

바위의 층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이러한 바위의 층을 찾아서 전남 부안에 있는 채석강을 찾았다.

수 만권의 책을 쌓아놓은 것 같다는 독특한 퇴적암 지형이다.

그야말로 땅의 주름으로 가득한 곳.

주름진 절벽과 떨어져 나온 바위들, 거기에 붙어 있는 따개비 같은 작은 생명들이 꼬물거린다. 

시루떡 같이 주름진 바위 사이를 거닐면서 이 주름을 만들어낸 세월과 그것을 스쳐지나간 존재들을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 기억들을 화폭에 그렸다.

그림에 그려진 땅의 주름들 사이에서 누군가는 그것을 그린 작가의 마음 속 희노애락과 특유한 성정을 알아차려 주었으면 하는 마음과 그냥 모르고 지나쳐갔으면 하는 마음이 교차한다.

나는 그 주름 속에 무언가를 그리긴 했던 것 같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작품들 중 새로운 작업은 레이스 끈을 재봉해 만든 바위를 흰 벽 위에 띄운 비정형의 작품이다. 벽 위에 레이스 끈으로 만든 바위가 걸린 셈이다.

여기에 재봉된 레이스끈은 한지 위에 찍어 준법처럼 사용하던 끈의 실체이다. 한지에 끈을 찍어 표현한 바위에서 여백을 덜어내고, 색을 덜어내고. 묘사를 덜어내고 종국에는 실제의 레이스 끈과 그림자만 남았다. 어떻게 보면 가장 유연하고 부드러운 재료로 단단한 바위를 만든 것이다. 그렇게 만든 바위의 느낌은 부드러움일까 단단함일까?

 이윤정 작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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