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개인전 영은미술관2021-03-05T19:40:42+09:00

Project Description

2019년 개인전 영은미술관

장생 (영은창작스튜디오 11기 입주작가 개인전)
2019.10.26~11.17
영은미술관 제2전시실

장생

이번 전시에는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크고 작은 바위들을 그렸다.

 

바위

바위는 언제 생성되었는지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 알 수 없다. 그저 헤아릴 수 없이 오랜 시간을 시련을 견디며 살아왔다는 것 밖에는. 끊임없이 들이치는 파도와 바람에 시달려 깎이고 주름지며 지금의 자리에 지금의 형태 로 존재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위를 십장생의 하나로 꼽으며 장수의 상징으로 이야기 한다.

 

주름

나는 바위를 그릴 때 동양화의 준법을 기본으로 생각하고 그린다. 준(皴)은 주름을 따라 대상의 형태를 선으로 묘사하는 것이다. 주름에는 그 존재의 살아온 세월, 희노애락이 새겨져 있다. 젊음에는 주름이 없다. 사람도 그렇다.

 

바위를 준법을 이용하여 묘사를 하되 모필을 사용한 전통적인 필선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한지에 레이스 끈을 찍은 흔적을 마치 준법처럼 사용하여 바위를 그린다. 찍어낸 흔적(선)만 남기고 여백을 모두 잘라내기도 한다. 또는 직접 한지에 직접 레이스 끈을 박음질하기도 한다. 그것은 바위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저 끈이 얽힌 형태로 보이기도 한다. 끊기지 않고 길게 이어진 끈은 장수를 상징하는 물건이라고도 이야기 한다. 돌잡이를 할 때도 아기가 실타래를 잡으면 장수할 것이라며 기뻐한다.

 

나는 레이스 끈을 이용한 나만의 준법으로 바위를 그렸다.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그러고 보니 나의 그림은 대상과 표현 방법 모두가 ‘장생’을 그린 것이 아닌가.

그와 더불어 그 긴 삶 속에서 그 곁을 순산순간 스쳐지나갔던 존재들도 생각해본다. 그들은 장생의 기간 동안 그 존재에 어떤 흔적과 영향을 끼쳤을까?

 

이윤정 작가노트

장생(長生) Long Life

박소희(영은미술관 전시팀장)

영은 미술관은 아티스트 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되는 영은창작스튜디오 11기 이윤정의 ‘장생’ 展을 개최한다. 이윤정은 동양화를 전공하고 10여 년 전부터 끈에 주목해 작업한다. 작가는 모필을 사용한 전통적인 필선을 사용하지는 않는 대신 끈을 붓으로 활용한다. 끈은 점차 영역을 확장하고, 역할을 더해 작품의 한 부분이 되어(부조) 화면을 구성하는 한편 작품 자체가 되기도 한다. 끈은 이렇듯 다양한 방법으로 변주되어 작가의 의도를 드러내는 장치로써, 작품의 시작과 끝에 시종일관 존재한다. 한지위에 레이스 끈을 찍어 나타난 선, 혹은 선 주위를 잘라내고 남은 끈은 동양화 준법의 기능으로 원래의 목적을 수행하는 동시에 미적 공간에도 이바지한다.

이번 전시 제목인 장생을 가시화한 바위는 끊임없이 들이치는 파도와 바람에도 그저 그 자리를 지키는 십장생의 하나이자 장수의 상징이다. 이번 전시 대표 작품인 <바위 수집, 2019, 가변설치>에서 끈은 이러한 크고 작은 바위가 되어 전시장 한 편을 흔히 보는 풍경으로 연출한다. 바위는 언제 생겼는지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 알 수 없으나 자신의 주름만큼 누적된 시간을 보냈으며, 그 세월의 궤적이 다시 끈이 되어 전시장에 굴곡 진다. 모든 존재는 세월이 남긴 주름을 각자의 방식으로 갖는다. 바위도 사람도 다르지 않다. 레이스 끈 주름은 시간의 흔적으로 특별한 궤도가 되어 바위가 되고 공간에 주름진다. 이윤정의 끈 주름은 가치의 여부나 쓸모를 떠나 존재함에 대한 증표이자 생존에 대한 일종의 상(賞)인 셈이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은 먼 발치에서 끈이 만든 바위를 먼저 보고 가까이에서 바위가 된 연약한 레이스 끈을 보게 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그동안 시도한 다양한 매체와 방법론을 함께 보는 기회이자, 다음 전시에서 시도될 또 다른 실험이 기다려지는 자리이다.

영은미술관 YE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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