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생

이번 전시에는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크고 작은 바위들을 그렸다.

 

바위

바위는 언제 생성되었는지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 알 수 없다. 그저 헤아릴 수 없이 오랜 시간을 시련을 견디며 살아왔다는 것 밖에는. 끊임없이 들이치는 파도와 바람에 시달려 깎이고 주름지며 지금의 자리에 지금의 형태 로 존재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위를 십장생의 하나로 꼽으며 장수의 상징으로 이야기 한다.

 

주름

나는 바위를 그릴 때 동양화의 준법을 기본으로 생각하고 그린다. 준(皴)은 주름을 따라 대상의 형태를 선으로 묘사하는 것이다. 주름에는 그 존재의 살아온 세월, 희노애락이 새겨져 있다. 젊음에는 주름이 없다. 사람도 그렇다.

 

바위를 준법을 이용하여 묘사를 하되 모필을 사용한 전통적인 필선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한지에 레이스 끈을 찍은 흔적을 마치 준법처럼 사용하여 바위를 그린다. 찍어낸 흔적(선)만 남기고 여백을 모두 잘라내기도 한다. 또는 직접 한지에 직접 레이스 끈을 박음질하기도 한다. 그것은 바위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저 끈이 얽힌 형태로 보이기도 한다. 끊기지 않고 길게 이어진 끈은 장수를 상징하는 물건이라고도 이야기 한다. 돌잡이를 할 때도 아기가 실타래를 잡으면 장수할 것이라며 기뻐한다.

 

나는 레이스 끈을 이용한 나만의 준법으로 바위를 그렸다.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그러고 보니 나의 그림은 대상과 표현 방법 모두가 ‘장생’을 그린 것이 아닌가.

그와 더불어 그 긴 삶 속에서 그 곁을 순산순간 스쳐지나갔던 존재들도 생각해본다. 그들은 장생의 기간 동안 그 존재에 어떤 흔적과 영향을 끼쳤을까?

 

이윤정 작가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