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꿈을 꾸었다.
높은 둥지 위의 커다란 새.
둥지 안에는 여러 개의 알이 있었다.
그 큰 새는 부리로 자기가 낳는 알을 쪼아 깨뜨리고 있었다.
마치 그 알에서 깨어날 새끼가 어미 새의 자유를 구속하게 될 것을 아는 것처럼.
그 새에게서 나의 모습을 보았다. 생활의 고달픔과 번잡스러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훨훨 알고 싶은 나의 마음을 말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 깨어지지 않은 몇 개의 알들을 추려서 그 커다란 새의 품에 넣어 주고는 돌아 내려왔다.

 

(1999년 개인전 작가노트)